연왕 쾌(燕王噲)가 즉위한 뒤, 소진(蘇秦)은 제(齊)나라에서 살해되었다. 소대(蘇代)는 당시 연나라에 있었는데, 연왕을 유세하며 말했다.
"저는 동주(東周)의 비루한 사람으로, 감히 대왕의 도의(道義)가 높고 훌륭하심을私下로 들어왔사오나, 아직 뵈올 기회를 얻지 못하였나이다. 듣자하니, 먼 길을 가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가까운 곳부터 살핀다 하고, 장래를 헤아리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지난 일로써 증험을 삼는다 하였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인의(仁義)로써 천하를 복종시키고자 하시나, 신은 일찍이 인의로써 패업(霸業)을 이룬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나이다. 인의는 다만 자신을 닦는 방도일 뿐, 나아가 천하를 취하는 책략이 아닙니다."
연왕이 말하였다. "내가 인의를 쓰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소대가 말하였다. "신이 듣자하니, 왕도(王道)를 행하는 자는 전쟁을 숭상하지 않고 오직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 힘쓴다 하였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인의로써 천하를 복종시키고자 하시나, 제나라는 대왕을 믿지 아니하옵니다. 제나라는 대국으로, 그 군주는 교만하고 이익을 탐하나이다. 신이 청하건대 대왕을 위하여 가서 제왕을 유세하겠나이다. 대왕께서 만일 신의 말을 따르신다면, 수레 쉰 대와 황금 천 근을 내려주소서. 신이 서쪽으로 가서 제왕을 유세하여, 제나라로 하여금 연나라를 치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연나라가 편안함을 얻게 되면 제나라는 반드시 교만해질 것이요, 교만해지면 해이해지고, 해이해지면 어지러워지며, 어지러워지면 망할 것이나이다. 이것이 이른바 '장차 그것을 취하려거든 반드시 먼저 그것을 주어라'는 것이옵니다."
연왕이 말하였다. "좋도다." 이에 소대에게 수레 쉰 대와 황금 천 근을 주어 제왕을 유세하게 하였다.
제왕이 말하였다. "좋도다." 이에 연나라와 강화를 맺었다. 제왕은 크게 기뻐하여 마침내 연나라를 치지 아니하고, 제후들에게 더욱 교만하게 굴었다. 뒤에 제나라는 과연 송(宋)나라를 쳤고, 제후들이 모두 두려워하였으나 오직 연나라만이 편안하였다. 연왕은 이로 말미암아 소대를 더욱 신임하게 되었다.
💡 商战启示录
소대의 핵심 전략은 "장차 취하려거든 반드시 먼저 주어라(將欲取之, 必姑予之)"에 있다. 즉 잠시의 양보나 약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경쟁 상대를 교만하게 만든 뒤,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대 비즈니스에서 이는 일종의 '전략적 약세' 또는 '적을 유인하는 전술'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한 신흥 기술 기업이 업계 거대 기업을 상대할 때 일부러 저가 시장을 포기하여, 거대 기업이 그 위협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경계를 늦추고 자원을 투입해 압박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 사이 신흥 기업은 은밀히 파괴적 혁신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시기가 무르익었을 때 혁신 제품을 일거에 출시하여 고급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역전에 성공한다.
또 다른 예로, 가격 전쟁에서 한쪽이 의도적으로 소폭 인하하여 상대방이 크게 가격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그로 인해 상대의 이윤을 소진시키는 동안 자신은 이미 원가 절감이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준비를 마친 뒤, 상대가 지쳤을 때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재설정하여 더 높은 이윤을 확보하는 경우가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제왕의 교만함처럼). 둘째, 양보의 속도와 폭을 통제하여 실제 손실을 피해야 한다. 셋째, 진정한 의도를 숨겨 상대가 교만해지는 동안 자신은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소대의 이야기는 기업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업 전쟁은 일시적 감정 싸움이 아니라 장기적 승부이며,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세 걸음 나아가기 위함이다. 진정한 승리는 인내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포석을 둘 줄 아는 지혜로운 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