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이 조(趙)를 병탄하자(이는 조나라가 진의 세력에 눌려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었다), 북쪽으로 연(燕)나라를 마주하게 되었다. 연왕이 이 소식을 듣고 사자를 보내 진왕을 축하하게 하였다. 사자가 조나라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조왕이 그를 억류하였다. 사자가 말하였다. “진이 조를 병탄한 것은, 바로 연이 대왕께 축하를 드리는 까닭입니다. 대왕께서는 차라리 연과 연합하여 진에 맞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저를 억류하시는 것은, 진을 도와 연을 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조왕이 그 말이 이치에 맞다고 여겨 사자를 석방하였다. 사자가 돌아가 연왕에게 보고하니, 연왕이 크게 기뻐하여 마침내 조와 합종(合縱)을 맺었다. 진왕이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군대를 일으켜 조를 공격하였다. 조왕이 두려워하여 사자를 보내 진왕을 설득하며 말하였다. “옛날 연과 조는 형제와 같았사온데, 지금 대왕께서 제후들을 병탄하고자 하시므로, 신이 연으로 하여금 조를 섬기게 하였을 뿐, 감히 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나이다. 만약 대왕께서 군대를 물리치신다면, 신은 연으로 하여금 진의 외신(外臣)이 되어 해마다 금백(金帛)을 바치게 하겠나이다.” 진왕이 이를 허락하니, 조나라에서야 비로소 병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商战启示录
이 책략에는 상전(商戰) 협상의 ‘세력 빌리기’와 ‘위기 전가’의 지혜가 숨어 있다. 연(燕)나라 사신이 억류되었으나,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게 조(趙)왕이 그를 억류함이 오히려 ‘진(秦)을 도와 연을 치는’ 격임을 짚어내어, 자신의 곤경을 조국의 전략적 이익 위협으로 전환시켰다. 이로써 조왕으로 하여금 득실을 다시 계산하게 만들었다. 이는 마치 현대 비즈니스에서 공급업체가 대형 고객에게 가격을 후려칠 당시, 직접 애원하지 않고 ‘만약 우리가 파산하면 당신의 공급망이 끊겨 오히려 경쟁자가 이득을 보게 된다’고 상기시켜 협상 지위를 역전시키는 것과 같다. 조왕이 이후 진에 ‘약세를 보인’ 것은 전형적인 ‘완병지계(緩兵之計)’다. 먼저 ‘외신(外臣)’의 자세로 강적을 안정시키고 시간을 벌어 동맹을 재편한 것으로, 기업이 거대 기업의 압박에 직면했을 때 우선 인수나 라이선스 계약을 수용해 자원을 축적한 뒤 다시 독립을 도모하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진왕이 조의 ‘충성’을 쉽게 받아들인 것은 현대 기업에 경고를 남긴다. 인수 협상에서 표면적 약속만 보고 상대의 숨은 합종(合縱) 가능성을 간과한다면, 훗날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글은 ‘이익 사슬의 재결합’을 보여준다. 직접 대립이 불리할 때 상대의 이해관계를 바꿔 구도를 재편하는 것이야말로 상전의 고차원적 게임이다.